푸드닥터 칼럼

세계 장수마을, 균형과 절제가 레시피다
- 조회 3,487
'장수'라는 말은 '오래 살다'는 뜻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과 행복'이라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는 말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장수하는 삶을 동경하고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의 대표적인 장수촌이라고 하면 보통 일본의 오키나와, 파키스탄 훈자 마을, 구소련 코카서스 지방의 압하지아 마을, 중남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마을, 그리고 중국의 광서성 바마현 지역을 5대 장수촌으로 꼽는다.
일본 오키나와 지역은 약 130만 인구 중 100세 이상 노인이 400명에 달하는 장수 지역인데, 최고의 장수 식단으로 꼽히는 오키나와의 식단은 저염식·저지방, 고탄수화물, 풍부한 해조류 및 해산물 등을 특징으로 한다. 오키나와 식단 중 돼지고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오키나와에서 돼지고기는 “숨 소리 빼고 다 먹는 장수식”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탕은 물론 볶음이나 회, 국수 요리에도 돼지고기가 항상 재료로 사용되는데, 이 때 돼지고기를 푹 삶아 기름을 뺀 후 녹황색 채소, 해초, 콩 등과 함께 넣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오키나와의 두 번째 장수 식재료는 바로 콩이다. 콩에는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E,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한 대표적인 건강 식재료이다. 오키나와에는 특히 콩을 이용한 두부요리가 다양해 ‘두부의 섬’이라는 별칭도 있을 정도이다.
오키나와의 건강 식단 중 해조류도 빼놓을 수 없는데, 다시마, 파래, 큰실말 등이 대표적인 식재료로 쓰인다. 이런 해조류에는 칼륨·칼슘·마그네슘이 다량 함유돼 있어 노화 관련 질환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뛰어나다. 이 외에 고야, 곤약, 고구마 같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복합 탄수화물의 섭취가 많다.
또 오키나와는 연중 신선한 야채와 과일, 생선이 공급되기 때문에 소금을 많이 사용할 필요가 없어 자연스레 저염식이 발달해 왔고, 배가 부르기 전에 젓가락을 내려놓는다는 뜻의 ‘하라하치부’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어, ‘저염식’과 ‘소식’ 또한 장수의 중요한 비결임을 알 수 있다.
파키스탄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 싸인 훈자(Hunza)마을은 해발고도 2500m 고지에 위치해 있으며 90세 이상 건강한 노령 인구가 많은 장수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훈자마을에서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서 항산화효과가 뛰어난 살구를 일년 내 먹는 특징이 있고, 과육 뿐 아니라 비타민 B17가 풍부한 살구씨도 돌로 깨서 먹거나 기름을 짜서 요리, 샐러드드레싱, 로션 등 다양하게 활용한다.
이외에도 훈자마을 사람들은 견과류, 말린 과일류, 홍차, 쌀, 감자, 콩 등의 식물성 식품을 위주로 골고루 먹되 소식하고 꼭꼭 오래 저작작용 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또한 훈자마을의 물은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며 이 지역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핵심요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장수촌인 코카서스 사람들의 건강에 가장 크게 공헌한 음식은 치즈·나도히(요구르트 위에 뜬 맑은 물), 마츠오니(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이다. 이런 발효유들은 인체 면역계의 중심인 장 건강에 유익한 식품이다. 또 고기는 일주일에 1~2회, 삶아서 지방을 제거한 후 먹는다. 다양한 허브를 샐러드나 차로 이용하고, 과일과 채소를 껍질과 씨까지 충분히 많이 먹는 식생활이 코카서스 사람들의 특징이다.
이름난 장수촌의 공통적인 특징은 노인들이 즐겁게 일하고 맑은 공기 속에서 자연식을 한다는 점이다. 위에 소개한 오키나와, 훈자 마을, 코카서스 역시 모두 남•여 혹은 연령 구분 없이 끊임없이 노동을 하는 좋은 생활 습관을 이어가고 있다.
무병 장수에는 묘약도, 특효가 되는 식품도 있을 수 없다. 무병자수란 자연에 가까운 음식, 생활 속에서의 부지런한 움직임, 유익한 습관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건전한 방법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조화롭게 만들어내는 하모니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식단 역시 세계적인 건강 식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식생활의 장점을 잘 살리고 세계적인 장수마을이 보여주는 균형과 절제를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건강 수명을 다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믿는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